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장에서 결정이 난다

자동차 회사에서 연구개발(R&D) 분야는 일반적으로 차량 설계(vehicle design)과 차량 시험(vehicle testing) 두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시험분야는 설계가 초기에 설정한 스펙 (specification)에 맞는지 프로토 타입(prototype)을 비롯한 실차를 대상으로 각종 시험을 통해 확인하며, 필자는 이중 전기-전자 장비(Electric and electronic device: 이하 전장품) 의 상품성 평가를 맡고 있다. 여기서 상품성은 자동차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 위치하고 할 수 있으며, 이쪽 평가원들은 기술적인 측면을 떠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설계를 보는 것으로 사용시 불편함을 생산 및 판매 이전에 발견하여 최대한 수정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오랫동안 자동차를 너트와 볼트 같은 기계적인 요소로만 생각했던 필자는 전공이었던 기계공학과 달리 전장품의 상품성 평가를 맡게 되면서 오늘날 자동차라는 제품에 얼마나 많은 전장품이 채용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특히 차를 분해해 볼 경우 나오는 전선의 경우 가닥가닥을 이으면 달까지 갔다가 왕복할 수 있다는 예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 자동차에서 채용되는 전기 전자 장비는 무엇인가. 운전자 입장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는 전동 창문과 스위치, 라디오와 테이프/CD 플레이어가 소속되는 A/V, 와이퍼, 전조등, 방향지시등, 네비게이션 시스템(Navigation system), 텔레매틱스, 썬루프(또는 문루프), 실내등, 문 개폐와 시동이 통제되는 스마트 카드 등이 있다. 이처럼 운전자가 보는 것 외에도 과거 기계적으로 행해지던 수많은 기능들이 컴퓨터 칩으로 통제, 보완 및 집약되어 가면서 자동차에게 있어서 전장품의 영향력은 확대되어 가고 있다.



[각종 자동차 언론 매체에서 절찬을 받고 있는 아우디의 기함 A8에 장착된 MMI라는 인터페이스. 라디오, 텔레비젼기능, 네비게이션 기능, 차량 높낮이 유압조절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이 원형 컨트롤로 조정이 가능하다. BMW의 iDrive가 시초로 Audi의 MMI는 좀더 간편화되어 있다고 평가받는다.]

반면에 전장품의 확대는 편리함과 동시에 부작용도 가져오고 있다. 수많은 전장부품들이 자동차 안에 내재됨에 따라 상호간 그리고 외부의 전자기파를 통한 간섭 등이 있을 수 있고 부품간 호환성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또한 기계산업보다 전자산업의 경우 제품개발 기간과 수명이 짧고 빨리 변하는 산업 특성상 관련 제품의 신뢰도를 측정하기가 어려워 진다. 특히 강화된 PL(Product Liability)법 등은 모두에게 전보다는 한층 더 높은 자동차 신뢰도를 요구하기에 날로 새로워 지는 전장 부품이 10년 이상 문제가 없다는 보장을 하기에는 어렵지 않은가 한다. 그런 면에서 자동차 산업은 앞으로 전기-전자 (이하 E&E) 산업 경쟁력이 높은 나라가 유리할 것이며 E&E산업이 매우 발달되어 있는 일본의 경우 독일과 미국 등에 비해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며, 토요타와 혼다가 하이브리드 차량을 처음으로 대중화하는 데 성공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런 경향을 비추어 볼 때 독일 업체들은 갈수록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수 년 전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ignition coil 불량문제로 수만대의 차량을 리콜했던가 하면 몇 달 전에는 벤츠가 E클래스에 적용된 brake-by-wire의 문제로 인해 해당되는 68만대의 차량에 리콜을 통보하였다. 사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독일업계들의 품질관리(QC)가 일본업계에 비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이미 1990년대에 일본업계의 막강한 도전에 의해 변화를 요구 받았던 독일업계들은 이미 일본업계를 벤치 마킹하여 과거의 품질관리가 크게 개선되었다. 일례로 포르쉐는 1990년 초반 경영난을 겪을 때 토요타 자동차 출신들을 영입하여 생산방법과 품질을 대폭 개선하였다. 이런 사례들을 볼 때 필자는 독일업계의 품질관리 가 문제가 아니라 전통적으로 기계와 화학분야가 강한 독일이 전기-전자(특히 후자)산업에서 일본에게 밀리고 있다는 하나의 반증이 아닌가 한다.

독일업계의 개발성향이란 내구성보다는 혁신성(innovation)을 추구하고 있는 경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 E&E관련 부품들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얼마전 세계 최고급 자동차 회사인 독일 모사에서 근무하는 한 엔지니어가 새로 개발되고 있는 MPV급 차량에 적용될 신형 선루프를 부품업체 관계자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기존의 개폐방식과는 틀린 독특한 방식으로 작동되는 것을 본 관계자가 ‘예술작품과 같다’고 칭찬을 하자 그 엔지니어는 ‘말도 마라. 이것은 고물이다’ 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기존차종인 E등에도 적용되어 신뢰성을 인정 받은 선루프를 새로 개발중인 R에도 채용하자는 의견이 ‘우리 회사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만 한다’는 분위기에 밀려 신뢰성이 확보가 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적용하여 해당 선루프가 적잖은 고장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에 속이 탔다고 한다.

반면에 일본업체는 혁신성보다는 제품의 신뢰성을 중시하고 있으므로 이미 신뢰성이 증명된 부품을 다른 차종들에도 계속하여 적용하여 신뢰도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1996년형 토러스의 개발사를 다룬 메리 월튼(Mary Walton)의 1998년도 수작인 ‘CAR: A Drama of the American Workplace’라는 책에서는 포드사의 토러스 개발진이 토요타의 부품호환에 대해 느낀 바가 다음과 같이 나온다 (요약).

‘1992년형 [일본 내수형] 캠리를 처음 몰아보는 순간 랜드그래프 [필자주: 딕 랜드그래프(Dick Landgraff)씨는 1996년형 포드 토러스 개발 총책임자였음] 는 이것이 개발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을 직감하였다. 원래 포드의 개발진에게 있어서 [1996년형] 토러스의 목표는 혼다 어코드였다. 하지만 신형 캠리를 모는 순간 목표를 수정해야 할 것임을 깨달았다.

기어의 변속은 매우 부드러웠으며 매끈했다. 엔진도 조용하고 순발력이 있었다. 아이러니컬 한 것은 기어를 제공해주는 일본의 자트코(Jatco)는 얼마 전만 하더라도 포드가 기술전수를 위해 도와주던 회사였다. 이제는 그들이 세계 최고의 트랜스미션을 만들어내고 있던 것이다. [중략]

[신형 캠리가 월등히 우수하다는] 깨달음은 랜드그래프로 하여금 $1.6 Billion(약 2조원)의 초기 개발비에 $0.5 Billion(6천억원)을 추가하게 만들었다. [중략] 캠리를 나사단위까지 분해해본 포드의 기술진은 다음과 같이 보고하였다. [중략] 주목할 만한 것 중의 하나는, 캠리가 렉서스에서 쓰는 부품을 대량 공유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이로 인하여 대당 약 $1000정도의 가격인상이 발생하였다.’
[이상 CAR에서 발췌]

렉서스 ES300과의 부품공유에 따른 가격인상 요소에도 불구하고 캠리는 동급기종에서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였고, 포드가 가격인하를 통하여 토러스의 판매를 촉진 시킬 때 캠리는 소비자의 신뢰에 힘입어 가격인하가 크게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대기수요자가 늘어났다. 하지만 21세기 초반의 오늘날에 있어서 기계적인 것들은 거의 모두 돈으로 살수 있다. 고성능 스포츠카 메이커로 유명한 독일의 포르쉐나 영국의 로터스 (현재 인도네시아의 프로톤사 산하) 기술진들은 익명을 전제로 기술용역을 받아 타 경쟁사 제품개발에 참여하여 받아 각종 튜닝을 도와주곤 한다 (현대의 제1세대 티뷰론은 이 두 회사 중 한군데에서 튜닝을 받았다고 한다). Visteon, Delphi 같은 거대 자동차 부품 회사는 최고품질의 내장재 등 각종 규격화된 부품을 제공해 주고 더 나아가 개발까지 대신 해준다. 그러나 브랜드 가치, 디자인 능력과 더불어 전장품 개발능력은 이렇듯 획일화되어 가는 자동차 개발과정에 있어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차별요소가 될 것이며 일본이 전장품의 경우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디자인이나 브랜드력에서는 아직 미흡한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게 매우 다행인 점은 전장품 분야의 경쟁력으로,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전자업체들의 존재와 미국도 부러워하는 정보통신 환경이 이를 뒷받침한다. 향후 텔레매틱스, 네비게이션과 같은 기능등은 차량에게 있어서 고부가가치와 경쟁력을 부여할 것이기에 핸드폰 강국으로 통하는 우수한 무선통신체제와 전체 가정의 70%이상에 보급된 초고속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정보통신 환경은 미래의 자동차 개발에 있어서 좋은 환경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위는 일본내수용으로 개발, 판매중인 소니의 XYZ 네비게이션 시스템이다. 고도의 3차원의 네비게이션 시스템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소니를 비롯한 파이오니어등 일본의 네비게이션 제조업체들은 대다수의 국내 네비게이션처럼 단순하게 2차원적인 데이터를 지도화시키는 것을 떠나 현존하는 건물과 도로의 사진을 아래와 같이 데이터에 입힌 실물과 거의 똑같은 3차원 네비게이션을 구현하는 것이 요즘 일본 차량 네비게이션의 현주소이다]









[더 나아가 이 소니 네비게이션 시스템은 이메일등 여러가지 부가기능을 함께 하며 더 나아가 지도상에 현재의 시간에 맞추어 아침, 낮, 저녁, 밤까지 나타낸다.]

삼성전자의 예를 들자면 차량 내 적용에 있어서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각종 센서들과 연관된 제어칩들, 각종 메모리들, 디스플레이들, 무선통신기기 등에서 세계적인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작년 동경모터쇼를 참석차 가던 독일 BMW의 헬무트 팬케 회장이 한국을 경유, 삼성전자를 방문한 것도 향후 이러한 부품들이 차량에 차지하는 비율의 증가를 나타낸다는 것에서 이해될 수 있고, 특히 BMW는 업계 최초로 iDrive라는 다소 복잡하나 매우 앞서 나가는 차량 조절시스템을 개발, 지속적인 첨단 전장품부품의 장착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으며, 일본의 첨단 전자업체들과 함께하는 토요타, 혼다, 닛산들과 붙어야 하는 독일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한국의 전자통신 업계는 매우 좋은 협력상대가 될 수 있다.

끝으로 필자가 미국에서 다니던 학교에는 VDL(Vehicle Dynamic Lab)이라는, 무인 자동차를 구현하기 위해서 불철주야하는 연구소가 하나 있었다. 훗날 깨달았었지만, 한때 미국 TV에서 미래의 자동차에 관해서 얘기할 때 자주 보여주던 무인자동차 장면의 하나가 남부 캘리포니아의 한 텅 빈 고속도로상에서 뷰익 세단 여러 대가 일정한 간격을 띈 채로 주행하는 실험이였다. 이 무인자동차들의 주행장면은 필자의 모교에서 남쪽으로 수백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할리우드에서 훗날 'Minority Report'나 최근의 'I, Robot'에서 미래도시를 장식하는 한 장면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상 3장의 사진은 영화 I, Robot에서 주인공인 윌 스미스의 차로 나오는 아우디 RSQ컨셉트 카로, 무인으로 운전되는 2054년의 미래 자동차. 이 정도의 능력을 지닐려면 고도로 발달된 차내의 센서와 도로 주변의 센서들, 인공지능등 각종 전기-전자장비가 요구될 것이다.]

전장품 분야의 빠르고 끊임없는 발전에 의하여 위의 무인자동차 주행은 단순히 실험장면만이 아닌 일상적인 장면으로 우리들에게 다가 올 것이지만, 한국 자동차 업계에게 있어서 한국 전자업계의 경쟁력 우위는 자동차 전장품 분야의 경쟁력 우위와 더불어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높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니라 할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근대적인 규제의 수정및 완화가 필요하다. BMW의 경우 미국시장에서도 문제없이 팔리는 첨단장비들이 한국에서는 각종 규제로 수입이 불허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HUD(Head Up Display)과 Adaptive headlights(코너를 돌 때 전조등도 같이 움직이는 것)로, 후자의 경우는 '전조등은 움직이면 안된다'는 규제법에 걸려있다. 문제는 CAD(Computer Aided Design)와 CAM(Computer Aided Manufacturing)같이 최고의 정밀도로 설계와 조립이 가능한 요즘 전조등이 '움직일 정도(흔들릴 정도)'로 허술하게 만들어지지 않음에도 코너링시 보행자나 여타 장애물을 사전에 파악하게 해주는 전조등의 운동을 수십년전의 기준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작년에 방한했던 BMW의 팬케회장이 당시 고건총리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별 후속조치가 없는 듯하다. 이렇듯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잘 활용할수 있도록 현재의 규제중 시대에 안맞는 것들은 재검토되야만 우리가 일궈놓고 또 계속해서 일궈놓을 전자분야의 경쟁력을 타국 경쟁사에게 우선 전수해주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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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이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8-20 1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