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이아빠 개인적인 일상다반사로 부터 얻은 영감, 깨달음, 가치관이라 할 만한 것들에 대해 소소히 정리하는 공간

진정성

"포도주 좀 드실래요?"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글쎄요. 포도주 좋아하세요?" 그녀가 되물었다.
"드시겠다면 난 상관없어요." 내가 대답했다.
"좋으실 대로 하세요. 원하시는 대로." 그녀가 말했다.
"나는 아무 쪽이나 좋은데요."
"나도 찬성이에요."
"그럼 마실까요, 말까요?"
"어, 나는 안 마시는 게 좋겠어요." 클로이가 말했다.
"그래요, 나도 별로 마시고 싶지 않군요." 나는 맞장구를 쳤다.
"그럼 포도주는 마시지 말기로 하죠."
"좋습니다. 그럼 물만 마시죠."

진정한 자아는 누구와 같이 있든 안정된 동일성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전제한다. 그러나 그날 저녁 나는 클로이의 욕망을 찾아내고 그에 따라 나 자신을 바꾸려는, 진정성이 결여된 시도를 되풀이했다. 그녀는 남자에게서 뭘 기대할까? 나는 어떤 취향과 지향에 내 행동을 맞추어야 할까? 자신에게 진실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자아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핵심적 기준이라고 한다면, 나는 유혹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이 윤리시험에서 낙제하고 말았다. 왜 나는 클로이의 머리 위에 있는 칠판에서 특별히 권하는, 그 맛있어 보이는 포도주를 마시고 싶은 내 감정을 속였을까? 탄산수를 원하는 그녀의 갈증과 비교했을 때 나의 선택이 갑자기 부적절하고 촌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유혹은 나를 둘로 갈라놓았다. 진짜 [알코올] 자아와 가짜 [물] 자아로.

- 알랭 드 보통, <동물원에 가기> pp.46-47


from. 페친 이형렬님 담벼락 중 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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